무중력지대

열린지식 청년을 둘러싼 세상의 모든 지식

[공통]

다채로운 유닛의 공동주택

대한민국 주거 유형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 단독의 아파트에서 단지를 이루고, 판상형에서 탑상형까지 수없이 많은 아파트들이 반세기에 걸쳐서 다양한 형태와 구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효율성과 전형성이라는 가치 아래에 동일한 평면들이 제공되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구성이 조금 달라질 뿐, 면적에 따라 유사한 평면들이 공급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아파트라는 주거 유형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존재하긴 합니다. 높이 적층되어야 하고, 구조와 이동동선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의 삶들은 그 삶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그 다양한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동일한 평면에 구겨 넣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불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최근 자신의 개성에 맞는 곳에서 살기 위해 집을 새로 짓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리모델링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굉장히 반갑습니다. 거주 공간의 다양성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그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반영한 한 공동주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1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지어진 이 공동주택은 오스트리아 태생의 건축사무소 알레스 웨 구트 AllesWirGut Architektur 에서 설계를 진행하였는데 총 121 세대의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큰 규모는 아닌, 동네의 한 블록 정도의 크기입니다. 하지만 주거지와 상업지 사이에 위치한 곳이기에 주변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건축가는 ‘점진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주거지의 작은 조직들이 상업지의 큰 조직들로 변하듯이 내부의 유닛들을 배치하고 그것이 전체적인 구성을 형성하도록 하였습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외부의 환경을 내부의 구성 방법으로 끌고 온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공동주택과는 다르게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면서 모두 다양한  유닛들로 구성되게 됩니다.  

 

 

주거에서 테라스와 같은 개인 외부공간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주거의 질을 결정하는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죠. 건축가들도 그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공간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1층부는 다양한 유닛이 외부 공간을 함께 점유하는 방식으로, 2층, 3층은 위로 올라갈수록 계단식으로 유닛들을 배치하여 외부 공간들을 가진 유닛들이 생길 수 있도록 배치하였습니다. 외부공간에 대한 대응이 결과적으로 다양한 유닛들이 섞이도록 하는 촉매제가 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양한 유닛들은 어떤 삶의 방식을 가능하게 할까요. 구체적으로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겠습니다.  

 

 

먼저 혼자 살기에 적당한 규모의 유닛입니다. 빠듯하게 두명까지 살 수 있는 이 타입의 평균적인 면적은 약 50m2.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룸보다는 크고 투룸보다는 작은 사이즈입니다. ‘분리형 원룸’ , 혹은 ‘주거용 오피스텔’ 과 같은 모호한 유형들이 이 타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닛의 크기나 거주 인원이 평면의 전형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유닛의 평면을 보듯이 두 평면은 거주 방식이 사뭇 다릅니다. 왼쪽은 분리는 가능하나 보다 하나로 연결된 공간을 가능하게 한 반면, 오른쪽의 평면은 뚜렷한 구분을 통해 각각의 영역성을 확실하게 분리해 주고 있죠. 유사한 면적 속에서 다른 공간 배치를 가지는 것만으로 삶은 다양성을 획득합니다. 누군가는 열린 공간이 좋아 침실이 거실, 작업실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고 누군가는 자는 공간은 온전히 개인의 공간으로 남길 원해 그렇게 공간을 배치하여 살아갈 것입니다. 이처럼 유닛의 변화만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그 덕분에 건물 전체에 풍요로움이 생깁니다. 

 

 

다음은 3개의 방을 가진 유형입니다. 주로 아이가 있는 가족이 머무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죠. 평균적인 면적은 약 100m2 정도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입니다. 왼쪽은 한층에 방과 거실, 부엌 모두가 함께 배치되어 있고 오른쪽은 2개의 층을 활용하여 하층에는 부엌과 거실이, 상층에는 방이 배치되는 유형입니다. 

수직과 수평의 공간 배치는 그 방향 만큼이나 상이합니다. 수평적인 배치는 가족 구성원들이 보다 자주 마주치며 생활할 수 있습니다. 수평적인 이동이 훨씬 편하고 자유롭기 때문에 공간 간의 위계가 적죠. 그에 반해 수직적인 구성은 훨씬 역동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층집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듯이, 위 아래로 이동하는 경험만으로 훨씬 삶이 풍부하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공간 간의 위계가 보다 확실해지는 만큼 쓰임을 명확하게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번은 보다 많은 가족을 위한 구성을 가집니다. 5개의 방 이상을 갖추고 있죠. 특히 주목할 점은 유연성에 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럽도 가구 구성의 변화가 크고 1,2인의 가구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큰 면적을 가진 공간을 그대로 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는데 그 문제를 가벽을 이용하여 해결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가벽 만을 둔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측의 평면처럼 가벽이 없어졌을 때도 하나의 공간처럼 여겨질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간의 디자인을 고민해야만 하고 그 답으로 복도식으로 구성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운데 이동동선을 두고 순환식의 평면을 형성함으로써 평면들 간에 연속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큰 공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들게 합니다만, 적어도 다양한 유닛의 구성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국내에서 쉐어하우스로도 불리는 이 유형은 다수의 1인들이 공용공간을 함께 이용합니다. 그 덕분에 앞서 보여준 혼자 사는 유형에서는 누릴 수 없는 라운지 공간이나 넓은 거실, 부엌 공간들을 향유할 수 있게 되죠. 상대적인 주거비도 아낄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공동주택에서 이 유형이 있는 것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대 수로 구분되는 공간 만이 아니라 이렇게 함께 생활하는 유형까지 적극적으로 끌어 들였다는 점은 이 공동주택이 다양한 계층과 연령,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다양한 유닛들이 하나의 공동주택으로 엮이며 큰 체계를 이루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차원만이 아닙니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 하나 하나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또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배려했다는 뜻이죠. 그만큼 사회적인 인식이나 사람들의 편견을 극복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구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맞추어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게 되고 그로 인해 보다 주도적으로 각자의 공간을 향유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파트의 공간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사람들의 욕구를 비추어 보건데, 이런 공동주택이 서서히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포인트> 

 

- 다양한 유닛의 설정은 그 유닛의 다양성 이상으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 유닛들의 조합들의 공동주택은 단일한 유닛으로 만들어진 그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공간과 구성, 관계를 갖게 해 준다.   

 


 

출처 : http://www.alleswirdgut.cc/en/project/erz-e/

공동주택 다양한유닛

삼시옷 ( 서울소셜스탠다드 )

공식업로드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