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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

[숨은공간찾기] "맥주미학" - 남구로역으로 향하는 퇴근길에 발견한 바틀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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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공간 찾기 NO.2 남구로역으로 향하는 퇴근길에 발견한 바틀샵 '맥주미학' 

 

청년들의 대부분 하루는 일터에서 흘러갑니다. 일터 곳곳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마주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무중력지대 G밸리는 청년들의 지친 일상에 쉼표와 활력을 더해 줄, 금천구로 곳곳 숨은 공간들을 찾아나섰습니다. 

 

두번째로 발견한 공간은 남구로역으로 향하는 퇴근길에 발견한 바틀샵 '맥주미학'입니다. 

 

퇴근길에 멍때리고 있다가 매일 내리던 버스정류장이 아닌, 한 정거장 앞에서 잘못 내린 덕분에 우연히 맥주미학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주변의 오래되고 정신없는 가게들 사이에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분명히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는 운영할 법한 모습이었습니다. 역시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눈도장을 찍고 나니 더더욱 공간과 공간을 운영하는 청년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곧장 '맥주미학'에 다녀왔습니다.

 

'맥주미학'을 운영하고 있는 강태현 매니저님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지루했던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여러분들도 분명 같은 느낌을 받으실 거에요. '맥주미학'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께도 소개합니다 :)  

 

 

 

 

 

Q. 맥주미학은 어떤 공간인가요? 

 

맥주미학은 특이한 맥주들, 남들이 잘 모르는 맥주들을 판매하는 가게에요.

 

국내에서 느낄 수 있는 맥주들은 5~6가지 스타일밖에 안 되는데, 맥주 스타일이 200여가지가 넘어요. 그 200여가지들이 다 재밌거든요. 맥주미학은 그런 맥주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가게에요.

 

새로운 맥주를 인생에 하루에 하나만 먹어도, 끝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Q. 남구로역을 지나다 우연히 맥주미학을 발견했는데요. 다른 주변 가게들과 달리 센스와 감각이 돋보여서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더라구요. 어떻게 이 동네에 자리 잡게 된 거에요?

 

우리나라에 바틀샵이 많지는 않지만, 보통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경향이 많아요.

 

저는 광명시에 살고 있는데 매번 맥주를 사러 멀리 가야하고 교통편도 안 좋다보니 우리 동네 주변에도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 컸죠. 그래서 집 주변부터 가게를 낼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비싼 세에 계속 집에서 멀어져 결국 여기 남구로역까지 오게 되었어요.

 

나름 지하철역도 가까운 편이고,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이라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Q. 맥주미학이라 이름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원래 ‘미학’이라는 단어를 되게 좋아해요.

 

어떤 대상을 그냥 즐기는 것도 좋지만, 탐구하는 재미가 크잖아요. 뭐든지 워낙 깊게 파고 드는 걸 좋아해요. 맥주도 그런 마음에서 빠지게 되었구요.

 

제가 원래 와인소믈리에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는 형의 와인바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와인은 평소에 많이 먹으니 질려서, 특이한 맥주를 먹어봤어요. 그 맥주가 굉장히 비싼데, 또 굉장히 맛있더라구요. 제가 그때 먹었던 맥주가 바티칸 교황이 인증하는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 ‘트라피스트’였어요. 수도원에서 만드는 맥주들이 있는데, 수도원의 몇 백년 간의 노하우가 쌓인 맥주다 보니 되게 깊이가 있죠. 처음에는 맥주를 되게 얕봤는데 그런 깊이 있는 맥주들이 만나게 되니 새롭더라구요. 그때를 계기로 책도 보고, 관련 교육도 받으면서 맥주를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Q. 와인소믈리에를 말로만 들었지 처음 만나는 것 같아요. 와인소믈리에로 활동을 먼저 시작하셨는데, 그 이야기도 궁금해요.

 

제 전공이 문헌정보학과였어요. 그만큼 책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고 그런 걸 좋아했죠. 책이 정말 좋아서 도서관에서 일을 했었는데, 정말 페이가 말도 안 되게 낮았어요. 심지어 이럴 바에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그래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한때는 파티쉐로, 한때는 와인소믈리에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제 인생의 마인드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하고 사는 거에요. 인생이 백년이라면 일 년은 와인소믈리에를 해보고, 일 년은 사서로 일해보고, 일 년은 파티쉐를 해보고... 지금은 이렇게 맥주에 빠져서 맥주미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다음에는 또 뭘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Q. 맥주를 좋아하신다면 혹시 맥주를 직접 만들기도 하나요? 요즘 수제맥주가 유행이잖아요. 

 

제가 절대 안하려고 하는 게 그거에요. 영국이 와인을 생산하기에 정말 좋지 않은 지역인데, 재밌게도 영국에는 와인 평가하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고 관련 전문가들도 많아요. 어떤 와인 앞에서도 선입견 없이 공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과 비슷하게 저도 제가 만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맥주를 즐기고, 평가하는 역할로 남고 싶어요. 

 

수없이 많이 만들어지는 맥주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고 즐겁기 때문에, 굳이 제가 직접 맥주를 만드는 것까진 하고 싶지 않아요. 

 

 

 

 

Q. 맥주미학을 운영하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다른 가게와의 차별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다른 어떤 가게보다도 개성 있다는 점, 그리고 대화가 오가는 가게라는 점이죠.

 

저는 각각의 가게들에서 개성이 묻어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맥주미학은 그 어떤 가게보다도 희소성 있는 맥주를 담고 있다는 것이 개성이죠.

 

맥주미학은 많은 바틀샵 중에서 입문용은 아니에요. 다른 바틀샵을 모두 돌아보고 나서, 좀 더 희귀한 걸 찾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죠. 그만큼 저와 철학이 잘 맞는 개성 강한 맥주들을 최대한 맥주미학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맥주 시장은 대기업 과점이 되게 심각해요. 다양한 맥주 자체를 접하기가 어렵죠. 그런 와중에도 되게 소량으로 특이한 맥주를 수입하는 회사들이 있어요. ‘와 이런 걸 어떻게 우리나라에 팔까?’ 싶은 회사들이 있거든요. 저랑 철학이 잘 맞는 수입사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마이너한 맥주들의 판로가 되어 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요즘 바틀샵이 많이 생겼는데 아쉬운 점은 운영자와 찾아오는 손님 간 대화가 거의 없다는 거에요.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핫플레이스에 생기다보니, 알바생이나 맥주를 잘 모르는 직원들이 응대를 하고, 손님들이 맥주를 고르면 바코드만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 점이 저는 아쉬워서 맥주미학에서는 손님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테이블도 두고, 시음회나 강의도 자주 하고 있구요. 

 

다양한 사람들이 맥주 하나로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양성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맥주미학은 단순히 맥주를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공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시음회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시음회는 두 가지 스타일이 있어요. 하나는 제가 교육도 하면서 시음회하는 스타일인데요. 약간 맥주에 관심이 있어서 입문용으로 배우고 싶은데 마땅히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어요. 교육을 받으려면 한 달에 몇 번씩 나가야하는 부담도 있구요. 그래서 좀 더 캐쥬얼하게 맥주를 배울 수 있는 시음회를 열고 있어요. 인스타를 통해서 참여자를 모집하니, 인스타를 참고하시면 되요.

 

다른 하나는 아예 공지도 안하는데, 저의 가게 손님, 맥주 매니아들끼리 좀 더 밀도 있게 진행하는 모임이에요. 주로 가게에 몇 번 오셨던 분들 중에 함께 하실 분들을 제가 따로 초대하는 형태이죠. 그 모임에 오시는 분들은 정말 저보다도 더 전문가들이에요. 정말 말도 안 되게 특이한 맥주를 많이 가져오시기도 하고 열정들이 대단해요. 그래서 모임이 즐겁고 많이 배우기도 하죠.

 

Q. 가게를 운영하신지 1년이 좀 넘었다고 알고 있는데, 지난 1년은 어떠셨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지 궁금해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들긴 하더라구요. 공간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수입도 있고 해야 하니까요. 그치만 바틀샵 자체가 수입이 많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보통 술이 마진이 높다고 생각하시는데, 수입해서 가지고 오면 세금이 엄청나게 높아요. 그래서 마진을 많이 남길 수가 없어요. 그런 점에서 좀 어렵기도 해요. 그리고 혼자서 할 일도 많아요. 맥주 공부도 하고, 발주도 하고, 물건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죠.

 

그럼에도 좋은 건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맥주를 참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다보니 가게 주인과 손님이라는 관계를 떠나서, 서로에게서 많이 배우고, 친해지죠. 고마운 분들도 점점 많아지구요. 

 

 

Q. 앞으로 맥주미학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많아요. 저만의 수입사도 차려보고 싶고, 저의 과거 경험들을 바탕으로 쉐프들과 콜라보해서 펍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구요.

 

그치만 무엇보다 맥주미학에 오시는 손님들 한 분 한 분에게 집중하는 것이 1순위에요. 손님들이 잠깐 앉아서 둘러보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뿐인게 아쉽다고 몇 개 더 두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아직까지는 추가할 생각이 없어요. 손님이 많아서 정신없이 일하는 것보다는 한 분 한 분 오시는 분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먼 미래를 거창하게 계획하고 있지는 않아요. 내가 즐거운 것을 하는 것도 솔직히 힘들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하면 또 얼마나 죽을 것 같이 힘들겠어요. 일단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하며 현재가 즐거운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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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샵 '맥주미학' 찾아가기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7길 89 

월~토 14:00-23:00 (일요일 휴무)

070-5022-4135

instagram.com/beer_aesthetics

pecori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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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재발견, 일상의 재발견 <숨은공간찾기> 

 

청년들의 지친 일상에 쉼표와 활력을 더해 줄 숨은 공간들을 찾아 금천 구로 곳곳을 누비며, 일터와 일상의 재발견을 안내합니다.

 

서울특별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의 2017 G밸리 지역 청년 활동 기반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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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서울특별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에 있습니다.

 

인터뷰어 권진영, 이아름 (무중력지대 G밸리)

인터뷰이 강태현 (맥주미학) 

녹취해제 권성식 

편집 권진영 (무중력지대 G밸리) 

사진 박규형 (무중력지대 G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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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지대 운영팀 ( 무중력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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